지난 10월 1일, 국군의 날 행사에서 해병대 수사단장 박정훈 대령이 이재명 대통령으로부터 보국훈장 삼일장을 받았다. 양심에 따라 진실을 지키기 위해 탄압과 고초를 마다하지 않았던 박정훈 대령의 명예가 국가에 의해 회복된 상징적인 순간이었다.
파면된 윤석열 전 대통령이 격노했던 2023년 7월 31일로부터 2년 2개월은 박 대령의 군 생활이 송두리째 부정당한 시간이었다. 억울함과 분노가 닿지 않는 곳이 없었겠지만, 가장 힘들었던 일 중 하나는 믿고 의지하며 함께 군 생활을 해온 전우들로부터 당한 배신이었을 것이다.
사건 당시 해병대사령부에 함께 근무하던 장군, 대령 참모들은 물론, 임성근 해병대 1사단장까지 박 대령과 근무 인연이 닿지 않은 이가 없는 전우들이다. 동고동락하던 사람들이 일제히 박 대령을 린치하는 데 가담하거나 외면했다.
뻔히 진실을 알면서도 제 살길, 제 앞길을 위해 입을 다물거나 거짓말을 늘어놨다. 국회와 법정에 나가 위증하면 처벌받겠다는 선서를 해놓고도, 시퍼런 윤석열의 권력이 두려워 함부로 위증한 이들도 많다. 박 대령이 1년이 넘도록 사령부 구석의 독방에서 사실상의 감금 생활을 하던 동안, 이들은 침묵과 거짓의 대가로 승승장구했다.
박 대령의 명예가 회복되고 채 상병 사망 사건의 퍼즐이 하나씩 맞춰지고 있는 지금, 양심에 눈과 귀를 닫고 법보다 권력을 무서워하던 군인들은 다 어디에 있을까?
외압 발생 대책 회의에 참석한 이들
해병대 전 부사령관 정종범 소장은 박정훈 대령 항명죄 재판에 증인으로 채택되었으나 2024년 5월 17일과 6월 11일 4, 5차 공판 모두 출석하지 않았고, 군사법원으로부터 과태료 300만 원을 부과받았다. 세 번째 출석 요구에도 불응하면 구인, 구금할 수 있다는 재판부의 말에 2024년 7월 23일이 되어서야 법정에 나온 정종범은 위중한 안보 상황 때문에 법정에 나올 수 없었다는 변명을 늘어놓으며 과태료 처분이 과도하다는 등 볼썽사나운 모습을 보였다.
증언대에선 본인 수첩에 스스로 메모한 이종섭 전 장관의 지시 사항 내용을 묻는 말에 시종일관 '기억이 안 난다', '혼동된다', '모른다'고 답했다. '대통령 격노설'도 모른다고 했다. 불과 1년 전에 있었던 일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정종범은 해병대 2사단장을 거쳐 현재 전군의 전투 준비 태세를 점검하는 합동참모본부 전비태세검열실장의 중책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