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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경향] 경험에 잡아먹힌 마음들

작성일: 2025-11-10조회: 20

경험에 잡아먹힌 마음들

보름 전쯤 친구를 만나 얘길 나눴다. 점심으로 편의점 샌드위치를 먹었다는 내게 그런 거로 밥을 때우냐며 잔소리하는 친구 얘기를 듣고, 요즘 일감이 많지 않아 물류 알바를 지원했다는 친구에겐 그게 참 힘들다던데 다른 일은 어떻겠냐는 걱정을 건넸다. 서로 답 없는 얘기란 건 잘 알아서 곧 웃어넘기고 다른 주제로 화두를 넘겼다.

듣는 이도, 말하는 이도 안다. 편의점 음식이 썩 좋은 끼니가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그게 아니면 밥을 챙길 시간과 사정이 만만치 않다는 것도, 친구가 간다던 물류센터가 산재를 많이 낸 일터라는 걸 알면서도 생계를 벌충하려면 요즘 그만한 곳이 없다는 것도. 다만 각자가 살면서 보고, 듣고, 알게 된 범위에서 상대를 근심해줄 뿐이다. 서로 위해주는 관계니까. 우리의 대화엔 ‘네가 알면 뭘 아느냐?’, ‘경험은 해봤느냐?’, ‘자기 일 아니라고 함부로 말한다’는 날 선 말은 없었다. 어떤 마음과 표정으로 얘기하는지 보고, 듣고, 느낄 수 있으니까.

문제에서 답을 찾아보려는 저마다의 마음을 쉽게 규정하고 소비하는 것이 그사이에 놓인 모든 공백을 모두 지워버릴 뿐이다. 대체의 갈등이 그러했듯.


내가 군 인권단체에서 일하면서 가장 많이 들어본 소리 중 하나가 “군대는 갔다 왔냐”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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