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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
전역일, 가족의 곁으로 돌아오지 못한 채 상병을 추모합니다
- 진상규명 가로 막는 무도한 정권에게 책임 물을 순간 다가오고 있어 -
오늘 9월 26일은 2023년 7월 19일 경북 예천에서 수해 실종자 수색 중 순직한 故채수근 상병의 전역 예정일입니다. 오늘 전역하는 다른 동기들처럼, 내일에 대한 기대를 가득 품고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들의 곁으로 돌아왔어야 하는 날입니다. 그러나 채 상병은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계속된 호우로 상류에서 댐을 방류해 급류가 흐르는 하천에선 인력으로 실종자를 찾을 수 없다는 당연한 상식에도 불구하고, 채 상병과 동료들은 구명조끼 하나 받지 못한 채 삽 하나 들고 물속에 들어가라는 지시를 받았습니다. 같은 시각, 적법한 지휘권도 갖지 못한 임성근 해병대 1사단장은 예하부대를 헤집고 다니며 실종자 발견을 채근하며 부하들을 압박하고 다녔습니다. 무모한 수색의 목적은 실종자를 찾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공적에 눈이 먼 지휘관의 욕심을 채우는 데 있었습니다. 이들에게 채 상병을 위시한 장병들은 소중한 생명이 아니라 ‘필요에 따라 군말 없이 죽어주는 도구’에 불과했습니다.
그러나 사건 발생으로부터 1년이 훌쩍 지나 전역일에 이르도록 채 상병이 돌아올 수 없었던 이유는 아무 것도 규명되지 않았습니다. 대신 대통령의 수사외압과 진상규명을 방해하기 위한 끝없는 공작이 반복되고 있을 뿐입니다.
지난 9월 19일, 세 번째 특검법이 국회에서 통과되었습니다. 아예 회의에 불참한 여당은 통과 소식이 전해지기 무섭게 기다렸다는 듯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건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대통령실에서도 대통령이 세 번째 거부권을 행사할 전망이라는 입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한동훈 국민의힘 당대표를 중심으로 제3자 추천권이 보장된 특검법은 수용할 수 있다고 하여 이를 법안에 반영했음에도 요지부동입니다.
돌아오지 못하는 사람을 떠나 보내지 못하는 아픔만큼 큰 고통도 없습니다. 거부권을 휘두르며 진상규명을 가로막는 윤석열 정권은 채 상병을 떠나 보낼 수조차 없게 만들고 있습니다. 어제 전역일을 앞두고 채 상병 어머니께서 아들에게 전하는 편지 글을 공개했습니다. 헤아릴 수 없는 슬픔 앞에 한없이 마음이 무거워집니다. 오늘 가장 아픈 마음으로 하루를 보내고 계실 유가족들께 위로와 연대의 뜻을 전합니다. 진실을 향해 노력해 온 많은 이들의 마음이 부모님께 조금이나마 닿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어제는 박정훈 대령 항명죄 사건 8차 공판이 열렸습니다. 이 날 신문에서는 박정훈 대령의 휘하에서 해병대 중앙수사대장으로 근무했던 박 모 중령이 항명죄 사건 수사 초기 VIP 개입에 관한 진술을 하자 군검찰이 진술조서에 이를 넣어주지 않았다는 충격적인 증언을 전했고, 그간 힘든 일이 많았지만 후회하지 않는다는 말을 남겼습니다. 이 재판은 변동이 없다면 다음 증인신문 기일을 끝으로 기나긴 증인신문을 끝내고 유, 무죄를 판가름하는 시간을 맞이하게 됩니다.국민들은 이제 누가 거짓말을 하고, 누가 진실을 이야기하는지 다 알고 있습니다. 진실은 힘으로 숨길 수 없습니다. 진실을 감추기 위해 자기 본분을 다한 이들을 탄압하며 시작한 어처구니없는 항명죄 재판은 이제 무도한 정권의 자충수로 부메랑이 되어 되돌아갈 것입니다.
채 상병을 무사히 돌려보낼 책임을 다하지 못한 국가, 채 상병을 돌아올 수 없게 만든 지휘관과 책임자들, 채 상병을 떠나 보낼 수 없게 만드는 대통령과 정부여당 모두에게 마땅한 책임을 묻겠다는 다짐으로, 다시 한번 故채수근 상병의 명복을 빕니다.
2024. 9. 26.
군인권센터
소장 임태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