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자회견 ]
공군 수뇌부, 17비 성추행 가해자 늦장 보직해임, 2차 가해 방관
- 부하들 불러서 진술 강요 … 2차 가해 면담강요 추가 고발 -
□ 2024년 10월 31일, 군인권센터 및 부설 군성폭력상담소가 합동 기자회견을 통해 공군 제17전투비행단에서 발생한 직속상관에 의한 강간미수, 강제추행 사건을 고발한 지 일주일이 지났으나, 국방부 및 공군은 현재까지 사후 대책과 조치에 대해 입장을 밝히고 있지 않다. 한편, 성폭력 피해자가 사건 발생 다음 날인 2024년 10월 25일 금요일 오전, 피해자는 「부대관리훈령」 등에서 규정한 보고계통을 통해 피해를 즉시 신고했음에도 불구하고, 가해자인 전대장은 아무런 제지 없이 소속 부대에 버젓이 출입해, 사건 당일 회식에 참석하였던 부하들을 불러 유리한 진술을 확보하고자 면담을 강요하는 등 무차별적인 2차 가해를 했으나 공군 참모총장을 비롯한 지휘부는 이런 사실을 인지조차 못하고 있었음이 확인됐다.
□ 기자회견 뒤 군인권센터가 여러 제보 및 피해자 변호인을 통해 확인한 바에 따르면, 2024년 10월 25일 금요일, 공군 제17비행단은 양성평등계선을 통해 성폭력 피해자의 피해 사실을 확인하였고, 철저한 조사와 조치를 요청하는 피해자의 의사에 따라 회식에 참석하였던 참석자들의 진술도 확인했다. 국방부가 발간한 「국방부 군 성희롱 · 성폭력 사건처리 매뉴얼」에 따르면, 피해자의 신고 의사를 확인하면 즉시 민간 수사기관에 수사를 요청하고, 소속부대와 성고충처리담당자는 피해자에 대한 상담 · 인사 · 법률지원 · (피해자 희망시) 민간지원기관과의 연계 등을 지체 없이 처리해야 한다. 따라서 성폭력 사건 인지 후 공군 제17비행단이 했어야 하는 조치는 ① 각 군 성고충예방센터로 접수 관련 사항 보고 ② 상급 부대 조사(감찰) 의뢰 ③ 사건처리에 필요한 상급 지휘관에게 통보 ④ 피-가해자 분리 및 2차 피해 방지 등 필요한 조치 등이다.
□ 그러나, 공군 제17비행단은 피해자에게는 고소를 원한다면 고소장 서식은 인터넷에 있으니 받아서 서식에 맞춰 작성한 뒤 경찰에 제출하면 된다는 아주 기초적인 안내 외 피해자가 체감할 수 있는 후속 조치는 사실상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사건 발생 다음일인 2024년 10월 25일 금요일, 이미 주변인에 대한 기본 조사를 마쳐 피해사실에 대한 개략적인 확인이 끝났음에도, 공군 제17비행단은 ‘나도 정신적 트라우마가 있다. 토요일에 이동하고 싶다.’는 가해자 전대장의 황당한 요청을 받아들여 적시에 피-가해자 분리가 이뤄지지 못했다. 그렇게 미루는 사이, 전대장은 2024년 10월 26일 토요일 버젓이 부대로 출근하여 회식에 참석했던 부하들에게 전화를 돌려 상대방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본인에게 유리한 답변을 받아내고자 대화내용을 녹음하는가 하면, 일부에게는 ‘전대장실로 들어오라’고 명령하여 대면 면담을 강요하기까지 하였다.
□ 가해자는 부하들에게 “너네가 봤을 때 (피해자가) 많이 취했다고 생각했지?”, “(피해자는) 좀 업(up)되긴 했지만 나는 그렇게 많이 안취했다고 생각하는데, 너도 그렇게 봤지?”라며, 피해자가 만취하였기 때문에 사건이 발생했다는 식으로 질문을 몰아가는가 하면, “둘이서 술을 먹는 것은 이상하니, 다른 사람에게도 2차를 하러 오라고 의사를 물어보도록 지시했는데, 혹시 피해자에게 2차 참석 할건지 연락받은 것이 있냐?”며, 피해자가 먼저 가해자의 숙소에 가자며 권했다는 식으로 질문하며 자기에게 유리한 답변을 강요하였다. 회식에 참석하였던 군인들은 모두 가해자와도 직접적인 지휘관계에 놓여있는 직속상관-부하 관계였다. 전대장실로 직접 불러 “녹취를 해도 되겠냐? 변호사에게 물으니 해당 사건 관련자에 대한 녹취는 추후 증거가 될 수 있다 하니, 증거 획득을 위해 녹취를 진행하겠다.”는 대령 지휘관인 앞에서 하사 · 중사 · 위관장교와 같은 초급간부들이 답변을 거절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 부하들은 실제로 이 상황을 매우 불편해했고, 상당한 압박을 받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로 부하들은 “본인(가해자)한테 유리한 걸 얘기하라는 것도 웃기고. 그런 위증의 말을 우리한테 한 거 자체가 일단 미스(miss)야.”라고 하는 등, 가해자가 자신에게 유리한 답만 취할 수 있도록 면담 과정에서 교묘하게 질문을 짰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었고, “난 진짜 살면서 전대장님 전화 오는 거 처음이었고, 연락하는 것도 평소에 없었는데 … 나는 군 복무를 계속(해야)하니까 일단 있는대로 다 대답을 했다.”며 전화를 받은 이상 대화를 피할 수도 없었던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
□ 이렇듯 사건이 신고된 이후에 가해자가 변호사에게 코치까지 받아 가며 아무런 제지 없이 본인에게 유리한 진술을 받으러 돌아다닐 수 있었던 뒷배경엔, 피-가해자 분리 명령만 내두면 한동안은 별일 없을 거라며 기계적으로 사건을 처리하려고 했던 공군 지휘부의 안이한 태도가 있었다. 통상 대령 전대장급 정도의 주요 지휘관에게서 사고가 발생하면 인사 · 거취 문제를 처리하기가 복잡해지므로 단순히 비행단 차원에서 처리하기란 어렵고, 특히 사고의 성격이 성폭력인 경우 중대 과실에 해당하기 때문에 참모총장에게 보고하는 것이 수순이다. 특히, 국방부 매뉴얼에 명시되어 있듯, 성폭력 업무를 처리하는 관할 부서는 공군본부에 설치되어 있는 <공군 성고충예방대응센터>로, 사건 보고가 수순대로 진행되었다면 공군 수뇌부가 몰랐을 리가 없는 것이다. 그런데 공군참모총장은 10월 31일 기자회견을 보고 나서야 사건을 인지했고, 그때서야 보직해임 심의위원회를 열어 부랴부랴 가해자를 전대장 직위에서 보직해임 시킨 것으로 보인다. 공군참모총장이 10월 31일에서야 사건을 처음으로 보고받아 후속 조치를 지시한 것이라면 이는 성폭력과 관련한 사고 보고 체계가 완전히 붕괴된 상황이나 다름없다. 한편, 공군참모총장이 사건을 알고도 뭉갠 것이라면, 가해자의 정신적 트라우마 핑계를 수용하여 늑장 분리조치 한 것, 그 틈에 가해자가 진술을 수집하고 회식에 참석한 부하들에게 면담을 강요하는 등의 2차 가해를 벌인 것에 대한 책임은 17비행단장과 공군참모총장이 함께 져야 한다. 참고로, 「부대관리훈령」에 따라 부대 내 성폭력 사건 발생 시 가해자가 소속부대 지휘관인 경우, 이에 대한 사후 조치는 차상위부대 지휘관이 행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그런데 가해자가 부하들을 불러서 면담한 행위는 ‘지시’에 해당함으로 이는 훈령에 반하는 비정상적인 지휘 활동이자 월권행위다. 사실상 성폭력 사건을 넘어 거대한 군기문란 행위가 발생한 상황인 것이다.
□ 성폭력 사건이 민간 수사 · 사법기관에서 처리되도록 「군사법원법」이 개정된 것, 매뉴얼에 따라 신속하게 사건이 처리되도록 정비된 것, 창군 최초로 군대 성범죄에 대해 특검이 진행됐던 것은 다름 아닌 2021년 공군에서 발생한 ‘故 이예람 중사 사망사건’의 후속 조치에 따른 결과이다. 성폭력 사건을 수수방관하며 방치하다 결국 온갖 악의적 소문 · 유언비어 · 보복 등 2차 피해에 노출된 피해자가 자살에 이른 불의의 사건을 겪고도 공군은 전혀 변한 것이 없는 셈이다. 주변 동료 군인들도 피해자에게 “전례가 있고 이런데 여전히 이렇게 하고, 도와주지도 않고. … 미친 집단이다.”, “(다시 부대로) 오지 마십시오. 여기는 마귀의 소굴입니다.”고 말하는 등, 이미 사건처리와 관련해 공군에 대한 신뢰가 완전히 무너진 상태다.
□ 군인권센터는 금일 기자회견 종료 후 가해자 전대장의 면담 강요 행위가 “업무상 위력을 행사하여 자기의 형사사건의 수사에 관련하여 필요한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에게 면담을 강요할 목적”으로 이뤄졌으므로, 이에 대해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9 제4항, 면담강요죄로 고발장을 제출한다. 경찰은 가해자 행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추가적인 범죄 피해 및 증거 인멸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즉시 가해자 전대장에 대한 긴급체포 및 압수수색, 구속영장 신청 등의 강제수사를 실시해야 한다.
□ 공군을 향해 매번 ‘성폭력 사고 예방을 위한 필요한 조치를 다하라, 피해자의 권리를 보호하고 2차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여라’는 요구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공군은 이미 신뢰를 잃었다. 사건 공론화 후 열흘이 지난 지금까지 사건을 어떻게 조치하겠다는 공식적인 입장조차 밝히지 않으면서, 공군 성고충예방센터 담당자를 앞세워 피해자 변호인을 찾아와 자신들은 최선을 다했다는 식으로 둘러대기만 바빴다. 사건은 이미 엉망이 되었다. 이미 끔찍한 전례가 있음에도 성폭력 사건을 안이하게 인식하고 공군사관학교 출신파일럿 대령에 대한 제 식구 감싸기에 급급했던 공군 제17비행단장과 공군참모총장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2024. 11. 11.
군인권센터
소장 임태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