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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윤석열의 군대’를 다시 ‘시민의 군대’로!
- 군인권센터, 헌법재판소에 ‘윤석열 파면 촉구 의견서’ 제출 기자회견 -
[기자회견문]
‘윤석열의 군대’를 다시 ‘시민의 군대’로
2025년 3월 6일, 군인권센터는 위헌·위법한 비상계엄 선포와 군을 동원한 내란행위를 일으켜 우리 사회를 심각한 위험에 빠지게 만든 대통령 윤석열에 대하여, 대통령이자 대한민국 국군에 대한 최고 지휘 및 통제권을 가진 국군통수권자의 헌법상 의무를 저버리고 우리 사회와 군대의 근간을 무너뜨린 책임을 물어 파면할 것을 촉구하는 의견서를 헌법재판소에 제출한다.
헌법 제5조는 국군의 존재 목적과 그에 따른 의무를 부여하고 있다. 우리 군은 국토 방위, 국민의 생명과 안전의 확보, 나아가 헌법과 민주주의 질서를 지키기 위해 존재하며, 대통령에게는 국군통수권자로서 군이 이러한 헌법상 의무를 준수하도록 이끌 책무가 있다. 그러나 윤석열은 헌법 준수를 엄숙히 선서한 국군 장병을 위헌·위법한 내란 행위에 가담하게 만들어 시민의 국토를 방위하고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존재하는 우리 군의 근간을 뒤흔들었을 뿐만이 아니라, 수많은 시민과 군인의 안전에 중대한 위험을 초래하였다.
우리 군은 창군 이래 갑작스럽게 맞이한 한국전쟁과 휴전, 오랜 기간 동안 이어진 군부 독재의 그늘 속에서 정권의 필요와 안보 이데올로기를 기반으로 한 폭력적인 국민개병제를 바탕으로 역사를 쌓아 올리게 되었다. 12. 3. 비상계엄 선포 전 헌정사 마지막 전국 비상계엄은 1980년 5월 17일 전두환 신군부에 의해 선포된 것으로, 이때도 공수부대가 민주화를 요구하는 광주 시민들을 총칼로 무참히 학살한 가슴 아픈 역사가 있었다.
우리 사회가 민주화로 나아가는 길목에는 저항하는 시민을 향해 폭압적으로 억압했던 군대가 존재해왔다. 군대의 폭력성은 비단 바깥만을 향하는 것이 아니라, 군대 내부적으로도 폭력과 위계를 통한 폐쇄적이고 강압적인 조직문화를 조성하는 일에 크게 기여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1987년 민주화 이후 우리 사회가 점차 민주적으로 진보하는 과정에서도 군대만은 징병제를 토대로 그 어느 국가기관도 갖지 못한 초법적 권한과 거대한 조직을 유지할 수 있었다. 우리 군은 지난 30년 가까이 줄곧 권위적이고 남성중심적인 위계와 폭력에 기반한 군대 문화를 벗어나지 못했다.
우리 군이 비로소 ‘시민의 군대’로 발돋움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시점은 2016년 ‘군인의 지위 및 복무에 관한 기본법(군인복무기본법)’ 제정이다. 군인복무기본법 제정의 불씨를 당겼던 사건은 2014년에 발생한 ‘고 윤승주 일병 사망사건’이다. 피해자는 선임들의 구타로 사망하였으나, 군은 유가족들에게 ‘만두를 먹다 질식사하였다’며 사건을 은폐하였고, 뒤늦게 진실을 알게 된 유족과 시민들이 발벗고 나서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해 싸웠다. 이 사건은 우리 사회가 완전히 민주화 됐다고 착각한 사이에 폭력적이고 비민주적인 군대문화가 여전히 견고하게 작동할 때, 군대에서 발생할 수 있는 비극이 어떤 것인지 그 총체를 보여준 사건이었다. 윤승주 일병의 죽음은 ‘군인복무기본법’ 제정 운동으로 이어졌고, 이 법의 제정을 통해 장병들은 비로소 ‘제복 입은 시민’으로서 군인의 의무와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는 기초를 갖게 되었다.
우리 군의 민주화를 위해 시민사회와 군이 함께 노력을 쏟은 일은 이 뿐만이 아니다. 2021년 공군에서 발생했던 ‘고 이예람 중사 사망사건’은 군 사법체계의 오작동과 무관심, 조직적인 2차 가해로 인해 피해자가 사망에 이르게 된 비극적 사건이었다. 이 사건은 삼권분립의 원칙을 무시하고 행정권, 사법권을 함께 틀어쥐고 있던 군의 초법적 사법제도에 대한 대대적인 개선을 촉구하는 시민의 요구를 불러 일으켰다. 그 결과, 2021년 사망사건, 성범죄, 입대 전 범죄의 관할을 군대에서 민간으로 이관하고, 관할관 및 심판관 제도를 폐지하도록 한 ‘군사법원법’ 개정안 통과를 이뤄낼 수 있었다.
폭력이 용인되는 집단이었던 군대가 시민을 위한 군대로 거듭나고 변화해야 한다는 시민사회의 요구와, 군에서 죽어 간 사망사건 피해자 유가족의 끊임없는 노력, 그리고 군 내부에서도 이제 변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더해져서 오늘 날의 군대가 만들어졌다. 이런 노력들이 함께 더해져, 대통령 윤석열로부터 시작된 수사외압과 지휘관의 위법부당한 명령에 따르길 거부하고 정의를 바로 세우고자 했던 해병대 전 수사단장 ‘박정훈 대령’과 같은 군인이 탄생할 수 있었던 것이다. 현재 우리 군은 지난 과오에 대한 반성을 바탕으로 폭력으로 얼룩진 조직문화를 극복하고자 했던 군과, 군대를 민주주의의 울타리 안으로 이끌고자 했던 시민들의 부단한 노력과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더디지만 꾸준히 변화해올 수 있었다.
그러나 윤석열은 이러한 신뢰를 바탕으로 점차 헌법과 시민을 수호하기 위한 군대로 거듭나려고 한 우리 군을 한 순간에 짓밟고, 우리 사회와 군 조직의 근간을 위태롭게 만들었다. 일례로 이번 내란 행위에 적극 가담했던 방첩사령부의 전신은 2016년 박근혜 탄핵 정국 당시에도 친위쿠데타를 일으킬 목적으로 계엄을 계획했던 기무사다. 기무사는 2018년 계엄 문건 등의 책임으로 해편되었으나, 윤석열은 집권 이후 이를 ‘방첩사령부로’ 부활시켰다. 윤석열의 비호 아래 권한이 막강해진 방첩사는 비상 계엄 선포와 병력 동원 계획 수립에 적극 가담했다. 윤석열은 2018년 기무사 해편, 위수령 폐지 등 군부독재의 잔재를 청산하고 문민통제를 강화하고자 한 오랜 노력을 한 순간에 파괴해 버렸다.
우리 사회가 민주화 되는 과정에서 수많은 생명이 희생됐던 것과 같이, 우리 군이 변하는 과정 역시 억울하고 비극적인 숱한 죽음에 터잡고 있다. 그럼에도 군인권센터를 비롯한 시민사회, 그리고 군 사망사고 유가족들과 시민들의 군의 민주화와 변화의 가능성을 포기하지 않았던 건 크고 작은 성과를 통해, 시민사회의 감시와 노력을 바탕으로 군이 변화할 수 있다는 것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윤석열의 행위는 단순히 위헌·위법한 비상계엄 선포와 내란 행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죽음을 대가로 어렵게 이룩한 우리 사회와 군대의 민주주의를 처절히 박살내고 과거 군부독재 시기로 회귀는 결과를 초래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우리는 윤석열이 무너 뜨린 사회적 신뢰를 다시 세우기 위해 또다시 숱한 희생과 지난한 노력의 시간을 거쳐야 할지도 모른다. 우리가 마주해 온 수많은 희생이 헛되지 않게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앞으로도 우리 사회와 군대가 보다 민주적이고 안전한 방향으로 진보해 나갈 수 있도록, 헌법재판소는 만장일치로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하라!
2025. 3. 6.
군인권센터
소장 임태훈
[발언문]
故 홍정기 일병 어머니 박미숙 님 발언문
안녕하세요, 저는 2016년 군 복무 중 살릴수 있는 기회가 3번 있었는 데도 군 의료체계의 부실한 대응으로 아들을 떠나보낸 홍정기 일병 엄마 박미숙입니다.
저희 아들 정기는 군 생활 중 급성백혈병에 걸렸습니다. 하지만 의무대에선 진통제만 처방하고, 연대전술훈련기간이라 큰 병원에도 데려가지 않아 백혈병에 걸린 줄도 모른 채 괴로워하다 고통속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우리 가족은 정기를 잃은후 2년 뒤에서야 정기가 백혈병에 걸렸고, 제때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해 뇌출혈이 와서 사망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오늘 이 자리에는 저를 비롯해 군에서 자식을 잃은 부모님들이 함께하고 계십니다. 고향도, 학교도, 하는 일도 달랐던 저희는 몇 년 전만 해도 서로 전혀 모르고 살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다 아이의 죽음의 진실을 알기 위해, 책임자를 처벌하기 위해 군과 싸우는 과정에서 알음알음 서로 알게 되었습니다. 아이가 떠난 시기와 이유는 각기 달랐지만, 유가족으로서 겪었던 일은 비슷했습니다. 감추고, 속이고, 앞뒤가 달랐던 군의 기만에 지치고, 세상과 사람에 지쳤던 마음은 너나 할 것 없이 같았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모인 저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군대를 바꿔야 겠다는 마음도 닮아갔습니다. 그게 우리 아이들의 죽음을 헛되게 하지 않는 일이란 생각에 부모로서 뭐라도 해봐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던 것 같습니다. 사람들이‘군대가 참 좋아졌다’는 말을 많이 합니다. 예, 맞습니다. 군대는 우리 아이들이 떠날 무렵보다 더 좋아졌습니다. 당연히 그래야지요. 하지만 그 이면엔 돌아오지 않는 우리 아이들의 희생이 있었다는 것을 사람들이 금세 까먹는 모습이 야속한 것도 솔직한 저희의 마음입니다.
그래도 조금씩 군대가 바뀌어간다고 믿어왔습니다. 그 보람으로 거리를 뛰어다녀도 지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지난 12월 3일, 윤석열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군인들이 총을 메고 국회나 선관위로 쳐들어가는 것을 보면서 한편으론 두렵고, 또 한편으론 무기력해졌습니다. 군대가 참 바뀌지 않는구나. 이렇게 삽시간에 후퇴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후퇴할 수 없습니다. 반드시 이번 내란의 진상을 낱낱이 밝히고, 국민들을 향해 총부리를 겨누는 일에 앞장서고, 순응하고, 동조하고 묵인했던 자들이 누구인지 찾아내 합당한 벌을 받게 해야 합니다. 그래야 자꾸만 과거로 후퇴하려고 하는 군을 다시 바로잡을 수 있습니다. 그러자면 윤석열은 반드시 파면해야 합니다. 만에 하나라도 내란을 일으킨 우두머리가 국군통수권자로 복귀하는 일이 벌어진다면 우리 군은 아무 때나 시민들을 향해 총구를 겨눠도 죄가 되지 않는 범죄집단으로 전락하고 말 것입니다.
헌법재판관 여러분. 광주에서 국민들을 죽이던 우리 군대가 법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오고, 군 사법제도가 개혁되고, 군인의 인권 보장이 사회적 이슈가 되는 세상이 오기까지 정말 많은 군인들이 죽고 다쳤습니다. 우리 아이들도 그런 군인들 중 하나입니다. 이들의 죽음이 헛되게 하지 말아주십시오. 군대가 윤석열의 범죄집단이 되게 하지 말아주십시오. 간곡하게, 또 분명하게 요청드립니다. 내란범 윤석열을 대통령직에서 파면해주십시오. 감사합니다.
[발언문]
육군 현역병 어머니 발언문
그날은 부대에서 휴가 나온 아들이 가족과 보내는 휴가의 마지막 날 밤이었습니다.
끝나가는 휴가의 아쉬움을 달래며 아들과 단란한 시간을 보내던 중 긴급 속보로 ‘계엄령’이 선포됐습니다.
순간 평화롭던 밤은 갈기갈기 찢겼고 그 충격파에 온몸이 떨려왔습니다. 현역 군인 엄마들과 걱정하는 가족 친지들의 통화가 빗발치는 와중에 대통령의 ‘계엄’이 내 사랑하는 아들과 가족, 이웃과 친구들, 선량한 대한민국의 국민들을 공포와 분노와 참담함 속으로 삼켜버렸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당시, 현역 부모들은 내 아들들이 왜 하필 윤석열 대통령 임기에 군대에 갔을까 하는 탄식과 분노로 가득했습니다.
그럼에도 그 칠흙같이 어두웠던 밤에 유일한 희망은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었습니다.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의 가결로 계엄 다음 날에 군부대로 복귀하는 아들을 안도의 마음으로 보내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12월 3일의 악몽은 24만 현역 부모들을 여전히 괴롭히고 있습니다.
자신의 사적 이익을 위해 선량한 국민들의 자유를 짓밟고 대한민국의 군대를 자신의 안위를 지키기 위해 불법으로 동원한 윤석열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영토와 국민을 지키러 아들을 기꺼이 내어준 부모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었습니다.
청춘의 시간을 바쳐 국민의 안위와 조국의 평화를 지키겠다는 대한민국 군인의 숭고한 자긍심이 고도의 통치행위라는 요설로 처참히 짓밟혔습니다.
대한민국 헌법 정신의 숭고함을 지켜온 존경하는 헌법재판소 재판관님들께 간절히 청합니다.
우리 부모들은 폭력적인 계엄의 밤에 첫 희망이 되어준 국회처럼 마지막으로 헌법재판소가 대한민국 국민에게 희망이 되어주길 호소합니다.
‘계몽’이라는 말장난 따위로 대한민국의 헌법 정신을 결코 그 누구도 파괴할 수 없음을 윤석열 탄핵 인용으로 보여주시기를 바랍니다.
두 번 다시는 권력을 위임받은 자의 불법적 명령에 우리의 소중한 자식이자 군인들이 동원되는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대한민국 모든 국민 앞에 명시적이고 확고한 판결로 헌법이 건재함을 천명하여 주십시오.
우리 아들들이 아프지말고 다치지말고 무사귀환할 때까지 대한민국의 안보와 안녕을 위해 우리 부모들은 끝까지 지켜보고 함께 걷겠습니다.